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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ww.naver.com

네, 뭐 이겼습니다. 이기긴 했습니다만... 퍼기경한테 다들 쓴소리는 덤프트럭으로 들었을 듯.

전부터 느끼던 것이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관심 있게 보신 분들이라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맨유의 문제점은 홈과 어웨이간의 경기력 차이가 크다는 것이죠. 특히나 그 문제점은 프리미어쉽의 경기보다는 이러한 국제 무대에서 훨씬 더 극단적으로 나타납니다. 오늘 경기 또한 그러한 어웨이에서의 경기력 상실을 90분동안 보여주는 경기였습니다.

얼핏 보면 스콜스-캐릭 라인이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서 전체적으로 밀린 듯이 보입니다만, 실상은 미드필드진보다 포워드진이 훨씬 더 문제가 많았습니다. 루니, 라르손, 호나우두는 분명 현재로써 우리가 뽑아낼 수 있는 최고의 공격 조합입니다만, 오늘 경기에서는 이들이 펼칠 수 있는 가장 낮은 경기력을 보여줬군요. 일단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호나우두는 열심히 돌파를 하려고는 하는데 릴 선수들이 꽁꽁 둘러싸고 묶는 바람에 활동량은 평소와 비슷했습니다만 효율성 제로의 움직이었다고나 할까요. 볼을 끄는 움직임도 좋지 않았구요. 라르손 역시 평소의 활발한 움직임에서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한, 다소 좁은 활동폭을 보여줬습니다. 뭐, 그래도 이 셋 중에선 라르손이 가장 부지런히 뛰어 줬군요.

또 루니는... 원래 파괴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돌파력과, 놀라운 활동 반경이 루니의 최고 무기였는데, 적어도 오늘 경기에서 루니는 평범한 22살 선수로 돌아간 듯 했습니다. 거의 공격면에서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라기보단 릴의 수비가 공간을 내주지 않은 탓도 있겠습니다만), 패스도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는 등... 루니나 호나우두 정도의 핵심 선수라면 상대팀이 집중 마크를 할 것은 당연한 일이고, 앞으로 이 둘이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집중 견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느냐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미들진도 문제가 있긴 했습니다. 스콜스는 이번 시즌 들어서서 전성기를 능가하는 예측과 볼배급을 보여주었지만, 간간히 볼을 갖고 있는 시간이 너무 긴 문제점을 노출했었는데요, 오늘 경기에서는 장점이 사라지고 단점만 남았습니다. 장점이 사라진 데에는 포워드진의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만...(볼을 갖고 있지 않을 때라도, 열심히 움직여서 공간을 만들어야 미들진에서 볼 배급을 원활히 해주는데, 그렇지 않고 멍하니 보고만 있으니 미들에서 찔러줄 곳이 마땅치 않고, 그러니 볼은 끌게 되고, 결국 압박수비를 구사했던 릴의 손쉬운 먹잇감으로 전락했다는 말입니다) 어쨌든, 캐릭 역시나 릴 수비의 압박 가운데 종종 패스미스, 혹은 어이없이 볼을 뺏기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그나마 전반에는 조금 저항하는 기색이라도 보였던 우리는 후반 들어 완전히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공격진과 미들진이 연속적으로 붕괴하면서 미들진에서의 차단이 거의 기능하지 않게 되었고, 결국 수비부담으로 이어져 수비에서도 공격수를 놓치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심지어 오뎀윈지는 골을 넣기도 했지요. 심판이 휘슬을 불지 않았더라면 그 골로 아마 무너졌을 겁니다.(그만큼 사기도, 경기력도 형편 없었습니다) 다행히 골이 인정되지 않았고, 후반의 유일한 안타까운 장면인 라르손의 로빙슛은 정말 아까웠습니다. 헨케옹의 경험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만... 보통 선수라면 그 상황에서 일단 냅다 때리고 볼 텐데, 앞에 수비가 있으니까 볼을 살살 끌다가 살짝 넘기는 슛은, 역시나 35년을 살면서 거저 축구한 게 아니구나 싶더군요. 라르손의 가치는, 당사에서도 어떤 분이 말해 주셨습니다만 역시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직접 득점을 올리거나 뭐 이런 것보다도, 그러한 플레이를 팀의 젊은 선수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가르쳐준다는 것 말이죠. 백번 듣는 것 보다 한 번 직접 보는 것이 훨씬 나으니까요.

막판 긱스의 극적인 프리킥 말입니다만, 뭐 릴 입장으로서는 정말 어이없는 상황이었고 팬들로서는 화가 날 만도 합니다만, 볼을 놓는 순간 세트피스 상황이 시작된 것이라는건 축구를 조금만 보았다면 알수 있을 겁니다. 종종 각국 리그에서도 이런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구요. 솔직히 말해, 약간의 편법을 쓰긴 했습니다만 그 편법에 당한 건 전적으로 릴 선수들의 책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킥오프 직후에 선수들을 불러들인 릴 측의 처사는 비신사적인 것으로 지탄을 받아 마땅할 것이구요. 솔직히 오심이라고 하더라도 경기중에 선수를 불러들이는 그런 행동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UEFA에서 심각하게 나온다면, 오히려 그 상황으로 인해 릴이 징계를 받을 수도 있거든요. 어쨌든 루니와 긱스는 미리 짜고 그랬음이 틀림없긴 합니다만, 다행히도 어웨이전 프리킥으로 한 골차 승리를 거둠으로써 라커룸에서 퍼기의 분노는 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종합해 볼 때 결과는 이겼지만 되돌아볼 점이 많은 경기였습니다. 퍼기경도 아마 선수들한테 화 좀 내셨을 것 같아요. 특히나 포워드진, 릴 전은 이제 OT전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돌파가 낙관적입니다만, 8강 이후에도 어웨이에서 이런 경기력을 보여 준다면 8강 돌파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모쪼록 8강부터는 원정 가서도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우리 선수들 화이팅!

p.s. 호나우두는 그나마 올 시즌 성질 많이 죽긴 했는데, 역시나 안 풀리니 화가 나는 모양입니다. 특히나 교체될 때는 정말 열받은 모양이던데(벤치에서 앉아서 보호대 땅에 집어던지고...), 뭐 당연히 자신의 플레이를 돌아봐도 화가 날 만 합니다. 그래도 퍼기의 결정은 옳았다고 생각하는게,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할 때 체력안배를 해야 하거든요. 호나우두는 FA컵 풀타임을 뛰었으니 아무래도 빼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셨겠지요. 솔직히 말해 폼 자체는 루니가 더 안좋았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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