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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Undertaker 2009. 3. 29. 11:10

여기에 글을 쓰고 있는 '나'라는 존재도 인터넷 매체를 이용하는 사람 중 하나이기는 하고, 그런 점에서는 굉장히 모순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인터넷 매체의 미래에 대해 그다지 낙관적이지는 않다.

모든 것이 마찬가지지만 인터넷 역시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보는 사람들이 양존하며, 대충 살펴보자면 자유로운 정보의 교환, 각 개인의 언론화, 여론 형성의 장 등등이 좋은 측면이 되겠다. 반면에 익명성으로 인한 무책임화, 자아분열화 등은 나쁜 측면이 될 텐데

지금까지 인터넷의 악영향을 많이 보아와서인지는 몰라도 나라는 인간은 인터넷이 실제 사회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미치는 점도 물론 많지만, 그 긍정적인 영향을 뒤덮어버릴 정도의 악영향도 많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런 말을 한다면 뭐 딴나라당 알바 소리를 들을 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서도 얼마 전 한나라당이 현재는 고인이 된 누군가의 이름을 빌어 법제화하려 했을 땐 그 배후의 의도가 의심스러워 반대에 기울었으나, 기본적으로는 그렇게 배후에 다른 의도가 있지 않다고 한다면 인터넷 실명제는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굳이 네이버나 야후, 혹은 각종 포탈 사이트의 댓글만이 익명성의 폐해를 나타내고 있는 건 아니다. 좀 더 넓게 보면, 인터넷의 각종 커뮤니티 및 블로그, 홈페이지... 즉 인터넷의 모든 곳에서 이런 폐해는 쉽게 볼 수 있다. 실제의 자신을 나타낼 필요가 없으니, 말도 쉽게 하고 상대방에 대한 모욕에도 부담이 없게 된다. 직접 맞보고 있는 상대방이라면 얻어맞는 게 두려워서라도 안하겠지만, 인터넷 공간에서는 다르다. '니가 나에 대해 뭘 아는데? 어디 해 볼테면 해 보시지'라는 심리랄까. 혹은 이 정도까지 노골적이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상대방과 나 사이에 실제의 3차원 공간이 없다고 하는 것, 따라서 상호간 실체의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건 아무래도 자기 규제를 약화시키기 마련이다.

흔히들 인터넷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정작 추적해보면 멀쩡히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사회생활에서의 스트레스를 익명성을 이용해서 인터넷에서 발산시킨다는 해석이 가능할까. 이건 어떻게 보면 아예 실제 인간 자체도 악플과 똑같은, 그런 사람들보다도 더 악질이다. 익명성을 이용해 자신의 부정적인 측면을 배설하고 다니는 셈이니까.

물론 인터넷 실명제는 어느 정도 언로를 차단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고, 이것은 부정적인 측면에 해당한다. 그러나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짧게 보아 현대적 의미의 언론이 발달하기 시작한 지난 200~300여년간, 길게 보면 인류의 역사와 동일한 언론의 역사인데, 그 동안 언론이 글쓴이의 존재를 숨기고 나타났던 적은 그리 많지 않다. 예외를 들어보면 유언비어 등이 있는데 유언비어는 사실 인터넷의 폐해 만큼이나 부정적인 측면도 많은 언론의 형태였다.

결국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논의는 '인터넷으로 인한 긍정적인 여론효과가 큰가, 혹은 인터넷으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큰가'라는 문제고 양자간 어느 쪽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판단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한 태도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분류하자면 후자라는 얘기고. 기본적으로 인터넷의 자체 정화기능 다위는 믿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간의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추태들을 보면, 과연 자체 정화기능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일지 매우 의심스럽다.

좀 더 과격하게 말하자면, 개인적인 견해로는 인터넷에서 익명성 뒤에 숨어서 발설되고 있는 온갖 형태의 정치적 발언들보다는 차라리 월간조선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한다. 익명성이라는 점에서 적어도 월간조선은 그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가? 비난이든 동의든 그것이 돌아갈 주체가 명확하지만, 인터넷에서 근거도 없이 확대재생산되는 루머들은 주체도 없고 증거도 없다. 물론, 나는 월간조선의 논조에 동의하지도 않고 그들이 올바른 정치세력을 언로를 통해 뒷받침하고 있다고도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익명성과 책임이라는 문제하에서 바라보면 그들은 인터넷의 루머보다는 낫다.

사실상 정치적인 색깔을 빼고 이 인터넷 실명제, 혹은 인터넷의 익명성에 대해 바라보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이것을 단순히 '실명제를 지지하니 넌 딴나라파' 혹은 '실명제를 반대하는 넌 좌빨'이라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이분법으로 나눌 수는 없는 문제라는 이야기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 논조를 배제한 상황에서 여러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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