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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구글과 실명제

Undertaker 2009. 3. 30. 21:44
바로 엊그제 비슷한 글을 썼던 것 같은데, 오늘 떡하니 이런 뉴스가 올라와 있는 건 무슨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운이 나쁜건지(혹은 반대로 좋은건지...)

나는 인터넷 실명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도입해야만 하는 제도라고 보지만, 현재 이 이슈에 한해서는 반대의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흑심이 너무 뻔히 보이는 상황이라서랄까. PD수첩 기자들도 되도 않는 이유로 잡아넣으려고 하는 세상에, 현재 상황에서 인터넷 실명제는 그야말로 자신들의 반대 여론 숙청하기의 도구로 이용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명박의 경우 자꾸 자신에게 비우호적인 성향을 지닌 언론을 탄압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는 잘못된 것이고 이 점에 대해서는 굳이 여기서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독재정권에 가까웠던 이승만 박정희 시절에도 명백히 언론탄압은 잘못된 정책이었는데, 하물며 21세기인 현재 언론탄압이라는 건 또 무슨 말인가. 게다가 비교적 힘 있는 언론사에게도 이런 압력을 행사하는 정부이관대, 힘 없는 일반 민중들의 인터넷 언론에 대해서는 얼마나 그들의 권력을 남용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따라서, 현 정부의 성향과 지금까지의 행적을 살펴보면 인터넷 실명제는 국민을 찌르는 칼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므로, 현재로서는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한다.

하지만, 아래 글에서도 주장했듯이 장기적으로는 인터넷에서 실명을 도입하는 건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옛말에도 있지만 자고로 사람은 자신의 언행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인터넷의 경우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무기삼아 무책임안 언행을 일삼는 계층들이 너무 많다. 그들의 태도를 보고 있자면, 마치 국회의원이라는 탈을 쓰고 국가에 기생하고 있는 무리들의 그것, 혹은 조선일보 식의 전형적인 아니면 말고식 기사와도 너무 닮아있음에 깜짝 놀라곤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들은 위에 예로 든 작자들보다도 더 악질이다. 적어도, 저들은 저런 말을 거론할 때 자신의 실체는 드러내놓은 상태에서 말을 꺼내니 말이다. 반면 인터넷 상의 그런 부류의 인간들은 익명성 뒤에 숨어서 배설하고 싶은 대로 배설해내곤 한다.

물론 실명제는 쓰기에 따라서는 언론 탄압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도구이다. 하지만, "실명제"라는 도구는 어디까지나 '도구'에 불과하다. 결국 이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이 도구가 유익할 수도, 혹은 우리를 해치는 흉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나의 이번 이슈에 대한 입장도 근본적으로는 이와 다르지 않다. 실명제는 필요한 도구이지만, 현재로서는 현 정부의 손에 이 도구가 쥐어질 경우 흉기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반대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이 도구의 존재 자체가 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앞으로의 생활에 있어서는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 역시 가지고 있다.

과연 4년 후 한국의 정권을 어떤 사람이 쥐게 될는지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 사람은 부디 실명제라는 도구를 유익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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