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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이야기

Guus Hiddink

Undertaker 2009. 3. 2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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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 양반 이야기다.

축구에 관심이 많은 관계로 어쩔 수 없이 포스팅을 하다 보면 이쪽 이야기도 하게 되는데....



거스 히딩크(정확하게는 한국에서 보편화되어 있는 그의 명칭인 "거스" 히딩크는 오기이다. 네덜란드인이므로 네덜란드식으로 부르자면 "거스" 가 아니라 "후스", 혹은 "휘스"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한 이름이다. 뭐, 한국에서는 이미 "거스"가 굳어져 버렸기 때문에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해 봤자 소용도 없지만)에 대한 한국민의 감정은 월드컵 4강과 더불어 거의 신격화(?)에 가까운 것이라 함부로 그를 좋지 않게 말할 수는 없는 일종의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사실인데...


오밤중에 홍두깨같이 왜 갑자기 히딩크 얘기를 꺼내냐 하면 EPL감독 연봉순위를 보고 문득 생각이 나서였다.

Top Premier League earners

1 Guus Hiddink (Chelsea) £5.2m per year

2 Rafa Benitez (Liverpool) £5m

3 Arsene Wenger (Arsenal) £4.5m

4 Sir Alex Ferguson (Man Utd) £3.6m

5 David Moyes (Everton) £3.2m


뭐, 저 연봉이 러시아 감독직 연봉까지 포함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든 그렇지 않든간에 저 연봉이 웬만한 슈퍼스타급 선수 연봉만큼 한다는 건 뭐 다 알만한 소리다.

좋은 의미로든, 아니면 나쁜 의미로든 히딩크는 상당히 영악하다. 자신에게 손해가 될 일은 절대 맡지 않는다.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잘 맡지만, 이런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징 중 하나가 지나치게 돈 냄새에 집착하다가 그만둘 때를 놓치고 망한다는 건데, 히딩크는 이런 의미에서는 물러날 때를 정확히 파악하는 무서운 인간이다.

가장 좋은 예가 한국 감독의 예일 것이다. 주판알을 튕겨본 다음, 개최국의 이점에 선수들의 클래스가 아주 빈약하지도 않고(아주 뛰어나지도 않았을지언정), 게다가 16강 진출이 목표. 솔직하게 말해서 대회 개최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허들은 굉장히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감독직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태세. 히딩크에게는 매우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물러설 때를 안다는 건 월드컵이 끝난 후 한국축구협회에서 아주 좋은 조건으로 그를 붙잡아두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련없이 한국을 떠났다라는 점이다. 뭐,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성공을 거둔 뒤 쿨하게 떠나는 그의 모습이 멋져보였을지도 모르겠다만, 사실 히딩크가 이런 행동을 취한 건 다 냉정하게 계산된 행동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엇보다도 이제 월드컵을 한 번 개최했으니 당분간은 국제대회(특히 월드컵)를 개최할 일이 없고, 따라서 개최국의 이점을 누릴 수 없다는 것, 그리고 4강까지 진출해 버리면서(?) 팬들의 눈 또한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는 것. 아무리 돈을 많이 쥐어줘도 이런 요구에 한국 정도의 팀으로는 부응할 수 없다는 걸 그 팀을 이끌면서 누구보다 잘 파악했을 히딩크고, 그랬기에 미련없이 한국을 떠났던 것이다.

이번에 첼시 감독을 맡은 것도 참으로 히딩크답다. 살펴볼까? 첼시는 히딩크가 부임하기 직전, 맨유에게 0-3으로 완패하면서 최악의 분위기를 달렸다. 리그 초 잘나가던 분위기와는 달리 계속해서 졸전을 거듭하며 이겨야 할 상대에게 이기지 못하고, 각종 대회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근본적인 원인을 따지자면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지원이 부족했다느니, 스콜라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적었다느니,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당장 눈 앞에 놓인 상황은 그러했다. 요컨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시 감독직이라는 조건하에 감독을 맡은 히딩크의 처세술은 영악한 단계를 넘어 등골이 오싹하기까지 한 게 사실이다. 따져보면, 리그 우승 가능성은 결코 높다고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임한 만큼 그로서는 "리그 우승을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언론 플레이를 날려주면서 적당히 2~3위만 해 줘도 결코 밑지지 않는 장사다. 만약 낮은 가능성이기는 해도 1위를 차지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로또 대박만큼 좋은거고, 못해도 히딩크가 책임질 일은 없다는 거다. 챔피언스 리그도, FA컵도 마찬가지다. 애당초 그가 오기 직전의 상황 하에서는 이런 대회들에서 우승을 바랄 수 있는 경기력이 아니었기에, 그리고 그는 단기 감독인 데다가 시즌도 절반이 넘은 상황에서 주어진 전력만 가지고 팀을 꾸려나가는 상황이기에, 얼마든지 변명거리는 많다. 다시 말해서, 히딩크에게 지금의 첼시는 전형적인 "밑져야 본전"인 자리라는 점이다. 게다가 구단주는 두둑한 급료를 약속했다. 이 얼마나 천국 같은 자리인가?

사실 히딩크라는 사람은 언제나 그랬다. 어느 쪽이냐 하면 안정적이라기 보단 도전적인 사람이지만, 일견 사람들의 눈에는 무모하게 보일지라도 그는 철저하게 주판알을 튕겨본 후 승산이 있는 승부에만 몸을 던졌다. 좋게 말하면 한국을 비롯한 여러 언론들이 말하는 것처럼 승부사적 기질이 있는 것이고, 나쁘게 말한다면 영악한 사람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점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히딩크가 가지고 있는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보면, 선수단 관리와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주제 무리뉴에게도 뒤지지 않는, 아니 오히려 무리뉴조차도 능가하는 최고의 수완가라고 생각하지만, 기본적인 전술 구사능력은 그의 명성만큼 대단하지는 않다고 본다. 선수단 관리에 있어서도, 유명하지 않은 선수들을 규합해 120%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점에서는 초일류지만, 이미 유명한 스타들을 모아놓은 팀에서 성적을 끌어낼 수 있는 타입의 감독인가? 라고 묻는다면 역시나 그의 명성에 비하면 약간 모자라지 않는가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는 첼시에서의 이번 시즌은 이러한 자신에 대한 평가를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긴 한데, 과연 그가 이걸 승부처로 생각하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일단 첼시에서의 그의 상황은 승부수를 던졌다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안전한 입장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그는 성적이 좋으면 당연히 자신이 칭송을 받겠지만, 좋지 않아도 그 자신이 비난을 받을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예전처럼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물론, 일단 팀을 맡은 이상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일은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그는 그런 사람이니까.

앞서 의문점을 제기한 스타군단의 관리라는 측면에서 그를 따라다니는 커리어의 오점이 바로 레알 마드리드 감독 시절이다. 1998년 감독으로 인터컨티넨탈컵 우승을 이끌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고, 결국 이듬해 감독직을 그만두었다. 그 이전 이끌었던 네덜란드에서는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팀을 4강까지 이끌었으나 브라질에 가로막혀 좌절한 바 있다. 다만 이 네덜란드 시절은 내 개인적인 견해를 말하자면, 스타군단이라기 보다는-물론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이때의 오렌지 군단은 분명 스타군단이긴 했지만-오히려 변화 과정에 있었고 그런 점에서 팀을 새로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히딩크에게 적합한 팀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그 이전의 네덜란드 대표팀이라고 하면 70년대의 영광을 생각하기 쉽지만, 그 이후 해묵은 인종간의 반목 탓에 제 실력을 내지 못하던 전형적인 대표팀이었으니 말이다(이것이 어느 정도 해결된 것이 바로 히딩크의 네덜란드 대표팀이다).

감독으로서의 히딩크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물론 그는 훌륭한 감독이고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축구 감독들을 순위를 매긴다고 해도 적어도 열 손가락 안에는 반드시 들어가야 할 인물이겠지만, 과연 그가 (게다가 단기 알바라는 점을 감안할 때)EPL에서 최고 연봉을 받을 만한(게다가 EPL에서는 살아 있는 신화라고 할 수 있는, Sir 알렉스 퍼거슨과 아르센 벵거를 제치고 말이다)감독인가라는 점에 대해서는 솔직히 의문이다.

본인도 꾸준히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지만, 그는 절대 첼시를 다음 시즌에는 맡지 않을 것이다.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첼시라는 구단의 요구치는 너무나도 높고, 게다가 첼시의 경쟁자는 퍼거슨의 맨유를 비롯해 현재 세계에서(가장 레벨이 높은 리그가 어디냐라고 하는 그런 해묵은, 게다가 소모적인 표현은 지양하더라도) 가장 경쟁력 면에서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고 할 수 있는 EPL의 Big3(원래는 4이지만 첼시를 제외하면 3지 않은가)다. 이런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도박은 히딩크의 성미에는 맞지 않는다. 필경 그는 첼시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다시 러시아 팀을 전담할 것이라고 거의 확신한다(게다가 이번 EPL 시즌이 끝나면 월드컵까지는 불과 1년이 남는다. 러시아 대표팀 감독으로서는 여러 모로 바빠질 시기가 다가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히딩크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위대하다고 이름붙일 수 있는 감독들의 대열에 들어가는 감독인 만큼 이 사람의 행보에는 싫든 좋든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과연 2010년 러시아는 남아프리카에 갈 수 있을까? 간다면 얼마나 올라갈 것인가? 아마도 히딩크 얘기만 나오면 호들갑을 떠는 한국 언론들을 생각할 때 싫어도 알게 될 테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소망을 말하자면, 사실 반 마르바이크에게는 별 기대도 안하고 하루빨리 물러나주었으면 하며 감독으로서의 역량도 히딩크에는 한참 못미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네덜란드가 본선 무대에서 러시아를 만나 유로에서의 복수를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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